교수 121명 서명…"무차별적 시장논리로 존립근거 위협"
"잘못된 사회현상 비판하고 대안 제시하자" 결의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고려대학교 문과대 교수 전원이 문과대 설립 60주년을 맞아 `인문학의 위기' 타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과대 교수 121명은 15일 오전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60주년 기념 `자유:근대문학의 전개와 자유'심포지엄에 앞서 `인문학 선언문'을 발표한다.
이들은 14일 언론에 미리 배포한 선언문에서 "인문학은 시대를 초월해 가꿔야 할 문화자산이지만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팽배해지면서 존립근거와 토대마저 위협받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특히 대학의 상업화 때문에 연구와 교육행위마저 계량적 평가의 대상과 상업적 생산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시대상황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복잡다기한 사회현실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참신한 학제 간 연구방법론 개발하는 데 소홀했고 인문학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화의 급류 속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 운영원리와 도덕의 해체, 생명경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느 때보다도 인문정신이 필요하다"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인문학자로서 잘못된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정신과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창조정신을 고양하자"고 결의했다.
아울러 인문학의 존립을 위협하는 열악한 환경개선 및 인문학의 독자성을 존중하고 자생적 발전을 위한 지원과 격려를 사회에 촉구했다.
조광 문과대 학장은 "지하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보존과 개발을 소홀히 하면 생물이 살기 어렵듯 인문학이 빈사상태에 빠지면 문화와 문명발전, 산업의 경쟁력도 약화된다"며 "인문학위기에 대해 우리사회와 학계의 시선을 모으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 선언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조 학장은 "그동안 인문학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글이 산발적으로 발표되기는 했으나 대학 교수들이 한 목소리로 위기 타개를 촉구하는 선언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선언이 학문적 선언의 효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과대는 보편적가치이자 고려대의 교훈인 `자유ㆍ정의ㆍ진리'를 주제로 15일은 `자유' 심포지엄, 10월13일에는 `정의' 심포니엄, 10월27일에는 `진리'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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