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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출제교수들이 말한다 “올해 논술, 이 테마를 주목하라”
대입논술 예상 주제 10
올해 논술시험에 출제됨직한 주제나 특징은 무엇일까. 논술 시험을 충실히 준비해 온 학생 조차도 때로는 막막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 고민들을 덜어 주고자 서울의 7개 대학 교수들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모두 소속 대학의 논술 문제를 출제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어떤 대학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준비 방법이 조금씩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전(前) 출제위원 교수들이 추천한 아래 주제들은 논술 대비용 ‘두뇌 운동’의 소재로 추천할 만한 것들이다.
▲ 도움말 주신 논술 출제위원(가나다 순·사진 왼쪽 위부터)
김도식 건국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 박천일 숙명여대 입학처장, 원만희 성균관대 교수,이남호 고려대 교수, 이철한 동국대 교수, 최재훈 한양대 입학처장
기본적인 화두(話頭)를 일상과 연결시켜라
시사적인 주제를 기피하는 대학이 있다. 어른들도 매일 신문을 읽지 않으면 잘못된 상식을 전달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 내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고려대의 경우 한 단어로 요약 가능한 주제를 던져 준다.
‘선택’ 같은 논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사람은 다섯 명인데 빵은 세 개’라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를 묻는 식이다. 한 사람이 다섯 개를 다 먹을 수도 있고 다섯 사람이 셋을 공평하게 쪼개 먹을 수도 있다. 이는 부(富)의 재분배, 부의 집중(양극화), 성장과 분배에 있어서의 선택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삶과 죽음, 합리성… 인문·사회과학의 물음들
서강대 문과 논술에서는 삶과 죽음 등 기본적인 철학적 물음이 자주 문제로 등장한다.
죽음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이냐 등의 존재론적 물음이 던져졌다고 하자.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철학적으로 대답하기 보다는 그 의미를 항상 역사·사회적 관점으로 연결시켜 논지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가령 죽음의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형성됐느냐는 식이다.
합리성은 인문·사회과학의 기본적인 개념이다. 합리적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또 비합리적인 것은 무엇인가 등을 물을 수 있는데 이때도 시사적 이슈나 교과서에서 관련된 것을 떠올려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면 큰 어려움은 피할 수 있다.
동서양의 고전(古典)들
군주론이나 논어의 내용을 제시문으로 주고 정치지도자의 덕목을 물어 보는 식이다. 정치 지도자의 덕목이 동서양이 어떻게 다른 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때 어느 쪽의 리더십이 좋은 지를 질문할 수 있다. ‘삼강오륜 등 전통윤리가 현대사회의 범죄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평소 고전을 시사이슈와 연결시켜 사고하는 훈련을 하라.
론스타 사건
이는 외국 자본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했고 그 와중에 주가 조작도 개입돼 있다는 의혹 사건이다. 이를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세계화)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자국의 자본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볼 것이냐, 아니면 세계화에 따른 외국자본의 자연스런 유·출입 현상으로 볼 것이냐, 이것이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으로 나눠서 접근할 수 있다.
부동산 폭등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은 경제학자 마다, 부동산 전문가 마다 다를 것이다. 또 계층과 정당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이런 주제에 요구되는 것은 시각의 참신성이다.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는 신문 사설 등을 보고 그 주장을 그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 가령 ‘대치동 아파트 값은 왜 비싼가’라는 질문에 대해 교육환경이 좋아서 그렇다는 통설(通說)을 자기 주장처럼 써서는 참신성을 인정 받을 수 없다.
양극화
찬반을 묻는 문제로 출제하기 좋은 주제이다. 평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두면 관련성이 있는 문제가 나왔을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개입, 시장논리 등 찬반에 논거가 되는 입장들의 논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놓자. 그 대안이 무엇인지도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동북공정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가 고구려 등 우리 역사를 자기 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 한 작업들을 일컫는다. 최근 시사 이슈 중에서는 논술 문제로 내기 쉬운 주제다. 사회과학적으로는 동북공정과 민족주의의 상관관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민족과 영토의 관계 등을 국제화가 확산되면서 변해가고 있는 ‘민족’의 의미와 연결시켜 생각해보자. 동북 지역 영토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짚어주면 좋다.
이 주제와 관련해 ‘역사적 사실’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가능하다. 역사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의 기록인지, 기록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지 등을 짚어 보고 두 입장의 화해책을 찾아 보는 것도 중요하다.
테러와의 전쟁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폭력의 정당성’ 문제로 연결되는 주제이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 용인될 수 있는가’를 물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폭력에 대한 학문적 정의와 특징을 제시문에서 찾아 본 뒤 ‘테러와의 전쟁’과 꼼꼼히 비교·대조해 보라. 부정적인 여론이 대다수라고 해서 반드시 그 쪽으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논거와 논리가 확실하다면 반대 발상으로 대답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시장 개방에 관한 문제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찬반 논리도 각각 다르다. 논술 출제위원들이 편하게 문제를 낼 수 있는 주제인 셈이다. ‘개방할 경우 제국주의에 종속되거나 국내 경제가 무너진다’는 반대 이론과 ‘외국 자본의 유인이나 노하우를 통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찬성 이론의 근거를 꼼꼼히 숙지해 두라.
저출산
‘저출산이 장차 어떤 결과를 낳을까’라고 물으면서 남녀 성비 등 수학?통계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이면서도 수학적으로도 풀어 볼만한 문제는 통합논술에 적합한 주제이다.
사회 문화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남아 선호사상과 현대의 ‘일하는 여성’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저출산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차원과 개인적인 차원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인 차원으로는 건강보험 제도, 기업의 보육시설, 정부의 저출산 대책 등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사회적 성취욕, 출산에 따른 보상 미비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200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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