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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고려대 정시 논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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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진논술 작성일07-07-02 20:54 조회2,2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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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제 목 : [2006대입] 고려대 논술고사 문제

<논제> 다음 네 개의 제시문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이다. 그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설명하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1) 원장님, 그러나 이제 탈출이 끊어진 섬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 섬은 이제 생명의 증거를 잃어버린 죽음의 섬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섬 위에 이룩하시고자 하신 천국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이 섬은 그 원장님의 단 하나의 명분에 일사불란하게 묶여버린 얼굴 없는 유령 집단의 섬이 되어갈 뿐입니다. 하여 점점 더 다스리기가 쉬운, 그러나 개개인의 삶을 찾을 수 없는 생기 없는 유령들의 섬이 되어갈 뿐입니다. 그리고 아마 원하기만 하신다면 원장님께서는 끝끝내 이 섬을 그렇게 만들어놓으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원장님께서 지금까지 늘 그래오셨듯이, 앞으로도 원장님께서 원하시는 바대로 섬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정해나가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닐 터이기 때문입니다.

   섬사람들을 원장님 뜻대로 설득하고 조정해나갈 수 있다는 말씀이 맘에 들지 않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 역시도 틀림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저의 경험에 따른다면 어떤 형태의 울타리 속에 격리된 사회의 질서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 성원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개는 그 사회를 지배하고 대표하는 몇몇 상층부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게 마련이며, 이 섬에 관한 한 모든 원장들의 시대가 그것을 똑똑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원장님도 대개 거기서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그야 원장님께서는 다른 어느 분보다도 섬 살림을 이끌어오시는 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오셨고, 대부분의 경우 원장님은 그 사람들의 의견에 승복하고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계시기는 했습니다. 원장님은 먼저 장로회를 만들어 무슨 일에서나 그 장로회의 자문과 동의를 주문하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형식적인 절차 이상의 뜻을 지닐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장로회에선 스스로 일을 발의한 일이 없으며, 언제나 원장님의 뜻에 따라 원장님의 계획들을 원의로 확정시켜주는 절차로 봉사하면서, 원장님의 명분을 마련해드릴 수 있었을 뿐입니다. 아니 전 지금 그렇다고 그 장로회 사람들을 나무람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 섬에서 겪어온 그 사람들의 경험이나 높다란 울타리로 만족스러울 만큼 격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이 섬의 형편은 비록 장로회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 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전 사실 원장님 부임 직후부터 이 섬의 선의의 지배자로서의 원장님과 그에 대한 피치자로서의 원생들과의 사이에 어느 정도까지 협의적인 지배 질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지극히 깊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전 마침내 원장님에게서마저도 저의 그런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환상이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절대 상황 안에 격리된 인간 집단 안에서는 그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협의 관계에 의한 지배 질서란 궁극적으로 그 상황의 벽을 무너뜨리는 순교자적 용기와 희생 없이는 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스리는 자의 선의나 정의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그의 지배권이 어디에서 연유했든 그것만은 끝끝내 절대 전제가 되어 있는 한, 다스림을 받는 쪽은 항상 감당해낼 수 없는 상황 자체의 압력 때문에 스스로가 무력해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불행한 사회의 질서란 우리가 흔히 믿고 있듯이 다중의 희망이나 기도 같은 것과는 일단 상관이 없이, 우선은 그 지배자 한 사람의 책임과 각성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슬픈 결론입니다.


(2) 무릇 음양이 어울려 만물이 생겨나지만, 같은 것이 모여 있을 때에는 발전해 나갈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사물끼리 서로를 보충해 균형 있게 하는 것을 화(和)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만물을 풍부하게 하고 커지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같은 것을 같은 것에 보탠다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버려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왕(先王)은 토(土)를 금(金) · 목(木) · 수(水) · 화(火)와 섞어서 만물을 이루게 하였습니다. 다섯 가지 맛을 조화하여 입맛에 맞게 하고, 사지(四肢)를 튼튼히 하여 몸을 건강하게 하며, 여러 가지 음악 소리를 조절하여 귀를 밝게 하고, 눈 · 코 · 입 · 귀 등의 일곱 구멍을 바르게 하여 마음에 맞게 쓰이게 하며, 인체의 여덟 부위를 자기 기능을 다하게 하여 온전한 사람을 만들고, 아홉 가지 장기의 기능을 잘 발휘하여 순수한 품성을 세우며, 관리들의 열 가지 등급을 살펴서 각각의 직능과 업무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이에 천(千) 가지 관직의 품계를 만들어 만(萬) 가지 국가 경영의 방략(方略)을 갖추었으며, 억(億) 가지 국가 일을 잘 헤아려 조(兆) 가지 사물들을 제자리에 있도록 하였으며, 경(京) 가지 세입(稅入)을 거두어 해(垓) 가지 행정을 펼쳤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은 천하의 넓은 땅을 경영하면서 수많은 세입들을 거두어들여 수많은 백성들을 먹여 살리며, 도의로 가르치고 등용하여 그 백성들이 한 집안처럼 화락하게 하였습니다. 이와 같아야 화(和)의 지극한 경지입니다.

 

(3)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수(數)는 매우 매혹적인 것이었다. 그는 「티마이오스」에 나타난 플라톤의 견해를 받아들여 수를 신의 천지창조의 근본 원리로 간주하였다. 모든 것은 수에 의존한다. 대상은 오로지 수의 속성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수는 존재와 아름다움 양자에 근본적인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가령 특정한 의도나 목적 없이 단지 즐거움을 위해 팔을 움직인다고 가정해 보라. 그것은 춤이 될 것이다. 춤의 무엇이 당신을 즐겁게 하는지를 물어 보라. 그러면 수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자, 나 여기 있소.’ 신체 형태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은 모든 것이 수에 따라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신체 동작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은 모든 것이 수에 따라 적절한 시간대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수는 질서의 근본 원리이며, 질서는 여러 부분들을 어떤 목적에 부합하게 하나의 통합된 복합체로 배열하는 것이다. 질서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4) 자유의 적들은 인간의 질서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이에 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개인 행위의 자발적 상호 조정이 시장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들 사이의 상호 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그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일반 준칙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지식이다.

타인의 일정한 기여에 대한 기대에 기초해서 일관성 있는 행위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회질서가 있음을 확인해 준다. 사회생활에 일종의 질서, 일관성 및 지속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일 그것이 없다면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자기 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사회적 질서가 있기에, 개인은 성공적인 예측에 의해 행동하고, 자신의 지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더 나아가 타인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협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조정이 이루어지는 분산적 질서는 중앙의 지침에 의해 확립될 수 없다. 그것은 개인들의 상호 작용과 개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한 대응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폴라니가 ‘다중심적 질서’의 자생적 형성이라고 부른 것이다.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작용함으로써 인간들 사이에 질서가 확립될 때, 우리는 이를 자생적 질서 체계라 한다. 개인들의 노력에 의해 사회적 질서의 조정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자기 조정은 공적 토대 위에서 자유를 정당화한다. 이때 개인의 행동은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우월하거나 공적인 권력의 명령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리적 대상을 체계화하는 방법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생적 질서 형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질서의 형성도 많은 경우 개체들 간의 자생적 조정에 의존한다. 만일 우리가 각각의 분자나 원자들을 일일이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면 복잡한 유기 화합물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개별 요소들이 스스로 배열되어 특정한 속성을 지닌 구조를 이루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유의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논술문의 제목은 쓰지 말 것.

3.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하거나 옮겨 쓰지 말 것.

4.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총 1,600±100자가 되게 할 것.

06-02-09 12:23     IP : 211.208.15.199 수정 | 삭제 |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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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고려대 대입 논술 해설] (『이슈&논술』(2006년 2월 6일) 강호영 원고)

Ⅰ. 출제 경향

고려대 논술고사는 수시모집에서 입학전형의 70% 비중을 차지하며, 정시모집에서는 10%를 차지하는 등 당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려대 논술고사는 2004학년도 수시모집 및 정시모집부터 실시한 논술고사 문제 유형을 그대로 출제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3년 간 문제를 바꾸지 않고 같은 유형을 계속 출제하는 것은 문제를 예측가능하게 함으로써,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학교측의 배려로 볼 수 있다.

제시문은 항상 네 개가 출제 되었으며, 논제는 제시문 네 개가 다루고 있는 공통된 주제를 찾게 하고 주제와 관련하여 제시문간 연관 관계를 설명하게 한 후 그 주제에 관한 수험생의 생각을 논술하라는 형식이었다. 다만 논술 가이드라인 발표 후 수시모집에서 출제되던 영문 제시문이 사리지고 대신 국문 제시문이 나온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동안 고려대 정시모집 논술고사에서 출제된 주제는 2005학년도 ‘크기 혹은 규모’, 2004학년도 ‘사실과 해석’, 2003학년도 ‘앎의 의미’, 2002학년도 ‘현대사회의 합리성’ 2001학년도 ‘소유에 대한 인식’ 등이었다. 즉 단순 시사적인 문제는 지양하고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이 주로 출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수험생들은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 사회학 관련 저술을 많이 읽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출제 문항이 거의 고정되어 있음으로 반드시 기출문제를 살펴보고 그러한 문제유형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한 후 시험에 응시하여야 한다.


2. 논제 파악하기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려대 논술고사 문제는 예년과 같은 형식의 문항이 출제되었다. 그럼, 먼저 논제를 살펴보자.


다음 네 개의 제시문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이다. 그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설명하시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출제자가 요구한 바는 첫째, 제시문 분석을 통하여 네 개의 제시문이 공통되게 다루고 있는 주제를 파악하고 둘째, 주제와 연관하여 제시문간의 관계를 파악한 후 셋째, 그 주제에 대한 수험생의 견해를 논술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논제에 대한 논의가 수험생의 답안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3. 제시문 분석


제시문 (1)은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이 소설은 5천여 명의 나병환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소록도에 조백헌이 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조원장은 나병인 몸의 병보다도 불신과 배반이라는 마음의 병이 소록도에 더 심각하다는 판단을 가지고 그곳의 5천여 나환자들에게 정정당당, 인화 단결, 상호협조를 부르짖으며 새로운 낙토를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의 열정과는 달리 수많은 원장들을 지켜봐온 원생들은 무서운 침묵으로 일관한다. 제시문 (1)은 조원장이 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보건과장인 이상욱이 조원장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내용 중 일부이다. 이 편지글에는 원장이 꿈꿨던 낙원이 건설되기 어려웠던 이유가 잘 나타나 있다. 이상욱은 먼저 조원장이 소록도에 건설하고자 했던 천국이 누구를 위한 천국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격리된 사회인 소록도에서의 ‘협의 관계에 의한 지배질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벽이 주는 압력 때문에 실현 불가능함을 역설한다. 조원장은 이 편지 받고 깨달음을 얻어 다시 소록도를 찾아 원생들과 지배자가 아닌 위치에서 진정한 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제시문 (2)는 중국 선진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 『국어(國語)』의 ‘정어(鄭語)’편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주(周)나라 좌구명(左丘明)이 『좌씨전(左氏傳)』을 쓰기 위하여 각국의 역사를 모아 편찬한 것으로, 주어(周語) 3권, 노어(魯語) 2권, 제어(齊語) 1권, 진어(晋語) 9권, 정어(鄭語) 1권, 초어(楚語) 2권, 오어(吳語) 1권, 월어(越語) 2권으로 되어 있다.

그중 제시문은 왕[지배자]의 역할을 ‘화(和)’로 설명한 부분이다. ‘화’는 ‘서로 다른 사물끼리 서로를 보충해 균형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왕은 천하의 모든 사물들의 균형을 도모하여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백성들을 한 집안처럼 화락하게 하여한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제시문 (3)은 M.C. 비어슬리의 『미학사』에 실린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Aurelius, 354~430]의 ‘참된 종교’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교회가 낳은 철학 사상가이다. 필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하여 ‘수(數)’를 ‘천지창조의 근본 원리’이자 ‘질서의 근본 원리’로 간주하고 수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적절한 위치에 통합되어 복합체로 배열된 상태를 가장 아름다운 질서의 상태라고 해석하고 있다.


제시문 (4)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인 하이에크[Hayek, Friedrich August von, 1899~1992]의 저서 『자유헌정론』에서 뽑은 것이다. 이 책은 자유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사회 각 부문에 어떻게 제도화, 현실화시켜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개인적 자유의 가치가 모든 도덕 가치와 문명세계가 지향해야할 근본원리라는 전제 아래 균형 잡힌 자유주의 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하이에크는 제시문에서 인간의 질서를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주장하는 이들을 ‘자유의 적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의 인식을 굴림으로 인간의 질서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상호 작용함으로써 확립’된 ‘자생적 질서 체계’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 상태에서 개인들의 노력에 의한 자기 조정이 자유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 제시문간 연관 관계 파악하기


제시문 네 개가 공통되게 다루고 있는 주제는 ‘질서’다. 제시문들은 이 ‘질서’에 대한 각기 다른 인식과 주장을 담고 있다. 제시문 (1)의 필자(편지글의 작성자인 이상욱)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협의 관계에 의한 지배 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원장을 포함한 그 사회의 몇몇 상층부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지배 질서를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제시문 (1)의 협의 관계에 의한 지배질서는 제시문 (4)의 자생적 질서 체계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자생적 질서 체계는 개인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얻어지며, 개인들에게 행동의 자유를 가져다준다.

반면, 제시문 (3)의 ‘여러 부분들이 어떤 목적에 부합하게 통합된 복합체’로서의 합목적적 질서, 혹은 당위적 질서는 ‘자생적 질서 체계’와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합목적적 질서는 개인 간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 질서가 아니라 개인들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그 조직의 당위적, 혹은 합목적적 질서 체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합목적적 질서’는 제시문 (1)의 원장이 생각하는 지배질서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한편, 제시문 (2)는 서로 다른 사물끼리 서로를 보충해 균형 있게 하는 ‘화(和)’의 개념을 들어 왕[지배자]의 역할을 ‘화’의 조정자로 설명하고 있다. 즉, 제시문 (4)의 자생적 질서 체계가 일종의 ‘자율적 질서’라고 본다면 제시문 (2)는 그러한 자생적 질서 체계가 완성되게 하기 위해서 왕이라는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제시문 (2)는 제시문 (4)의 ‘자생적 질서 체계’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혼란을 미리 방지하고 질서 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완적인 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 (1)의 조원장의 질서 체계와 제시문 (3)의 ‘합목적적 질서’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제시문 (1)의 이상욱이 주장한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협의 관계에 의한 지배 질서’ 및 제시문 (4)의 자생적 질서 체계를 역시 같은 개념으로 해석하며, 제시문 (2)는 제시문 (4)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판단하면 될 것이다. 결국, 제시문 (1), (3)과 제시문 (4)는 서로 상반된 관계의 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6. 자기 견해 논술하기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질서’의 개념에 대해 수험생 자신의 생각을 밝힐 차례이다. 수험생은 제시문 분석을 통해 도출된 질서의 두 방향 중 하나의 입장을 선택하여 자신의 견해를 펼쳐야 한다. 그 두 방향은 다음과 같다.


⑴ 지배자에 의한 합목적적 질서 유지의 효율성


조원장은 선의로 원생들의 낙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그는 원생들의 침묵과 방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만약 ‘울타리 속에 격리된 사회 조직’에 조원장과 같은 지배자가 없이, 원생들만이 그 조직을 운영해 나갔다면 그 조직은 금방 와해되고 말았을 것이다. 질서라는 것은 원래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주어진 선천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질서는 단순히 순서를 지키는 것을 벗어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자세이며, 모든 구성원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질서의 본질적 속성이다. 만약, 학교, 교회, 교도소, 회사, 국가의 행정조직, 동호회 등 다양한 사회 조직에 지배자에 의한 지배 질서가 없다면 조직 자체가 존속할 수 있을까? 따라서 어느 사회든지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혼란에 빠져서 무질서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자유를 잃게 될 것이 뻔하다.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1469~1527. 정치이론가]는 『군주론』에서 “도에 넘친 인자함을 베풀어 혼란한 상태가 지속되어 백성들로 하여금 약탈과 파괴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군주보다 가혹한 군주가 낫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군주는 백성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지배자의 가혹함은 특정한 개인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인자함은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지배자에 의한 강력한 지배질서가 오히려 사회를 안정시키고, 자유를 보장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질서가 구속과 타율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개인으로 볼 때는 불만스러운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 반드시 이룩하여야 하는 당위적 목적을 굴림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는 반드시 이에 순응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 사회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⑵ 다소 혼란스럽더라도 ‘자생적 질서’를 통한 사회 통합의 필요성


물론 사회 구성원 개인 간의 협의 관계에 의한 ‘협의적인 질서’ 혹은 ‘자생적 질서’ 체계는 사회 발전을 더디게 하고, 다소 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사회 질서는 구성원간 사회 통합을 이뤄 훨씬 안정된 조직을 이룰 것이다. 만약 조원장과 같이 선의의 지도자가 원생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낙원을 건설하겠다고 나섰을 때, 즉 ‘합목적적’인 목표를 가지고 구성원을 통제하고 구속했을 때, 그 결과에 의해 낙원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낙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조원장의 생각과 달리 원생들은 그 ‘낙원’ 건설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고, 구속 받고, 무한정 노동력을 제공하는 고달픔을 맛보아야 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사회 질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선의에서 시작된 것이라도 지배자가 피지배자와 협의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위로부터의 지시’에 의해 천국을 건설하려 했다면, 그 구성원들은 누구를 위한 천국인지도 모르고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하이에크는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생성된 것을 자생적 질서라 했으며, 반면 기업과 같이 만든 이가 확실한 조직의 질서를 인위적 질서라 일컬었다. 자생적 질서 하에서는 최소한의 금지만 있고, 그 외의 행동에는 자유가 주어진다. 그러나 인위적 질서 하에서는 목적에 부합한 행동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회사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한편, 근대 계몽주의 사상가인 루소[Rousseau, Jean-Jacques, 1712~1778]도 『학문과 예술론』에서 “인간이 만든 인위적 질서가 인간을 질식시키고 있다. 따라서 자연 상태의 인간적 본질로 돌아가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도 지나치게 많은 인위적 질서 때문에 구성원 개인들을 숨 막히게 하고 있다.

소록도의 경우도 인위적 질서 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목적에 부합한 행동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 폐쇄된 사회였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조직의 목적에 의해 개인이 희생되거나,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 혹은 구성원 간의 대립 갈등이 심화된다. 그런 사회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협의 관계를 굴림으로 한 자생적 질서 확립을 통하여 갈등이 심각한 사회를 통합하고, 안정을 이루어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다원화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할 것이다.

 

6. 개요작성 예시


서론 (화제제시)   우리 사회 갈등양상


본론 Ⅰ               제시문 분석하고 공통주제 파악하기

본론 Ⅱ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 설명하기

본론 Ⅲ               ‘질서’에 관한 자신의 생각 논술하기


결론 (마무리)      자생적 사회 질서 확립을 통한 사회 통합과 안정의 필요성 강조.

06-02-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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