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강남중앙학원 논·구술연구소 소장

이전 단계인 본론에서 논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폈다면, 결론은 이러한 논의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즉 결론은 본론의 세부적인 주장을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주제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논제의 논의가 제시되는 본론이 논술문의 핵심임은 분명하지만, 결론에서 이러한 논의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글의 초점이 불분명해져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없다. 따라서 결론의 구성은 논술문의 형식 면에서뿐 아니라 내용 면의 완결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2. 결론의 구성

① 본론의 요약·정리

논제를 중심으로 논의의 큰 틀을 요약·정리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본론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주어진 논제에 대해 본론에서 제시했던 개개의 논거를 모두 다 기술하는 것은 결론의 논의를 필요 이상으로 장황하게 할 뿐이다.

각각의 논제에 대한 논의 중 그 핵심만을 담아 간결하게 기술해야 한다. 실제로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결론의 주 역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본론의 요약·정리보다는 후술하는 ‘주제의 재강조’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② 주제의 재강조

이미 본론의 논의를 통해 여러 소주제는 도출된 상태이다. 따라서 결론에서는 이러한 소주제를 아우르며 다시 한번 강조하는 내용으로 주제문을 구성한다. 그 후 주제문을 중심으로 그것이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는 내용을 기술한다.

예컨대 과제해결형 문제라면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옹호논박형 문제라면 올바른 선택의 중요성을 주제문 앞에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불어 주제문 이후에 그것이 요구하는 의식이나 행위가 이루어질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전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3. 결론 작성시 주의할 점

① 일관된 논점을 유지할 것

논술문은 서론에서 결론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논점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서론에서 보인 문제 의식, 본론의 세부적인 논의, 주제를 재강조하는 결론의 논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서론의 문제의식을 부정하거나(예: 서론의 문제의식에 따라 환경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논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에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경우),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이는 것(예: 같은 문제에서 환경 문제 이외에 다른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있음을 주장하는 경우)은 금물이다.

특히 옹호논박형의 문제는 본론에서 자신이 특정 견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 놓고도 결론에서 그 견해가 가지는 적합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거나 어정쩡한 조화론을 펴는 경우도 피해야 한다.

② 논제에 대한 새로운 논거를 제시하지 말 것

본론에서 이미 특정 논제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를 펴 놓고도 결론에서 그 논제의 구체적인 논거를 새로 드는 경우이다. 예컨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본론에서 서술한 데 이어 결론에서 의식적 측면의 변화를 새롭게 당부하는 것이 그것이다. 논제를 뒷받침하는 논거는 해당 논제에 대해 논의하는 본론에서 통일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결론은 이러한 논의를 요약·정리하고 재강조하는 단계라는 점을 잊지 말자.

③ 상투적인 표현을 피할 것

비슷한 내용의 수많은 답안을 읽어야 하는 채점관들에게는 천편일률적인 내용보다는 개성 있고 참신한 글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이상으로 ∼에 대해 알아보았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와 같은 도식적이고 상투적인 내용은 피해야 한다. 이보다는 자신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고전이나 권위 있는 주장을 인용하는 것이 참신하면서도 폭넓은 배경 지식을 보이는 데 유리하다.

④ 적절한 분량을 유지할 것

결론 자체는 논의의 핵심 단계가 아니므로 결론이 지나치게 장황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한두 문장 정도의 결론은 단지 제언에 불과해 이전의 논의를 효과적으로 마무리할 수 없다. 1200자 정도의 글이라면 글 전체의 20% 정도로 결론을 구성하는 것이 무난하다.

<예시 문제>

연세대 2005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다음 제시문에 담긴 ‘세월이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시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시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이 있다. 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역리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이 흘러가면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욕망을 어느 정도 포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욕망에 대한 포기는 회한과 탄식으로 이어지고, 얻지 못한 욕망에 대해서 괴로워한다. 자신이 지니는 파토스에 대해 끊임없이 수양하고 절제하여 공자가 말하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의 경지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