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제발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배우자.
일 주전 명문대 진학을 준비하는 고3수험생이 어머니와 함께 급하게 학원을 찾아왔다. 여지껏 1년 동안 학원에서 논술을 준비해 왔는데 아무래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 불안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이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논술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이분법적 인식론의 기출문제를 풀어 보라고 했다. 그 학생의 불안대로 논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일년 동안 뭘 배웠니? 뭐 신문보고 토론하고. 문제 풀고...... 글쓰기는? 개요 짜는 법 배우고...서론 쓰는 법도 배우고..
그 선생님 참 편하게 수업하셨네...?
이어진 청강에서 불과 한달 먼저 들어 온 기존 학생들이 분량을 다 채우고 첨삭까지 끝내는 동안 서론 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던 그 학생이 느꼈을 자괴감을 한번 생각해 보라.
우리 학원엔 다른 학원에 다니다가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다.(학생들을 통해 비교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난 환영한다.) 그들의 입을 통해본 대 다수 학원들의 수업내용이 위의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술은 답이 없다고 한다. 한편으로 맞는 말이다. 답이 없기 때문에 교수 방법도 다들 제각각이다. 따라서 실력도 검증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합격자 명단으로 그 실력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뭐 어짜피 학교 성적 좋은 예들은 논술이 아니어도 성적만으로 명문대학 진학할 수 있다. 각 논술 학원마다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는 합격자 명단. ---과연 그 합격자들의 합격에 논술 학원이 얼마나 기여했을까? 학생들은 얼마나 만족했을까?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토론도 아니다. 논술은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그리고 21세기를 이끌어 나가야 할 미래의 지도자를 위한 교양교육이다. 한 시대를 알고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 지도자를 위한 기초 소양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술의 논제는 항상 인간과 사회의 문제이다. 논술에서의 배경지식은 바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류의 오랜 탐구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철학. 과학. 문학 세계사.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 왜 논술이 통합교과형이어야 하는가? 너무나 당연한 것은 이 문제를 연구하는 관점들이 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걸 무시하고( 난 논술 선생의 실력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바로 오늘날의 신문에 난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그 대안을 찾아낸다는 건 아무런 근거와 지적 토대가 없는 100%순수한자기 주장일 뿐이다. "만고 니 생각"이란 말이다.
그야말로 "만고 니 생각"에 그치는 글을 쓸려고 논술학원에 다닐 것이라면 차라리 집에서 일기를 쓰는 편이 휠씬 더 낫지 않을까?
논술 학원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이여.. 학부모 들이여... 이제 학원선택에 신중해지자.
먼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결정하라.
요즘 어느 학원이던 돈부터 먼저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 일주일이든 이주일이든 먼저 최소한 두 곳 이상의 학원으로부터 강의를 들어라... 학부모 설명회의 서울지역 대표 강사가 하는 강의 말고 자신의 수업을 전담할 강사가 하는 강의를 먼저 들어보라. 그리고 평가해보라. 맘에 들면 선택하라. 가자 마자 토론이나 글쓰기나 가르치는 곳이라면 아예 멀리하라. 십중팔구는 국어식 논술이 될 것이니.....
둘째, 강사의 수가 많다고 좋을까?
모 프랜차이즈 논술학원의 전단지에 혼자서 강의하는 학원은 피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논술 학원에 선생님이 많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논술은 매일 수업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 4명의 선생님이 강의하게되면... 한 선생님이 한 달에 한번.... 과연 강의의 연속성이 있을까? 매주 강의방식이 다르고 주제가 다르고... 뭐가 뭔지 뒤죽박죽....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없어진다. 내가 이 학생들을 목표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 반드시 합격시키겠다는 의무와 책임감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내가 반드시 책임진다는 자세가 없으면 논술 교육은 그냥 시간 때우기에 너무나 좋다.... 그냥 강의 대충해주고 글쓰기만 시키면 되니까.... 프랜차이즈 학원의 한계를 오히려 자랑하려 하지마라.
저 아이는 결론을 잘 맺지 못하는데... 저 학생은 배경지식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는게 부족한데... 저 학생은 .... 보강을 하던..1:1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던 반드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논술 실력자가 나오는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대형 학원들이여 강사수를 자랑하지 말고 얼마나 책임지는 자세를 가졌는가를 자랑하라...
셋째...학생 숫자를 파악하라...
논술은 고도의 집중력과 강사와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끊임없는 대화와 질문 대답을 통해 논리력을 키우고 그것을 글로 통해 보여 준다. 밀착형 교육서비스가 이루어 지지 않으면 정말 힘든 것이 바로 논술 교육의 특징이다. 따라서 논술 교육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소수정예 밀착형 교육이다. 하지만 대형 학원들은 이것이 힘들다. 수익 구조상 이렇게 해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합격률 높은 학원들을 살펴보라...거의 소수 정예학원이다. 소수정예 밀착형 교육이 합격률을 높이는 지름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해마다 수능 이후면 평소에는 안보이던 수많은 서울 논술팀들이 내려 온다. 그들은 왜 서울을 포기하고 내려 올까? 열악한 부산논술시장에서 학생들을 구원해 주기 위해서? 아니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 서울에서 온 한 팀 3-5명의 강사 15회 강의에 한 명당 3회 정도만 하면 만사 끝이다. 그냥 서울로 올라가 버린다. 그들에게 학생들의 실력향상이나 합격소식이 관심이 있을까?
과연 그들이 제대로 가르치는지? 과연 아이들의 실력이 높아 졌는지? 한번 제대로 평가해 본적이 있는가?
부산지역 학생들이여...학부모들이여 이제 현명해지자... 더 이상 일부 서울지역 출신들의 상업성에 놀아나지 말자.
지식인은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며 논술인은 먼저 당장의 논술 교육부터 비판해야 한다.
논술- 제발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배우자.
|